1학기를 온라인으로 마치고 제가 시간을 다소 미적미적 끄는 바람에 6월 말부터 비자를 준비하게 됐습니다. 하지만 모노에서 가이드라인에 따라 빈틈없이 안내해주셨기 때문에 준비 과정에서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.
제 경우, 아버지의 재정 서류 발급이 어려워 이모부를 대신 재정보증인으로 세운 것과 비대면으로 진행된 1학기 성적이 매우 저조하다는 두가지 리스크가 있었습니다. 어머니, 이모부의 재정서류를 준비해야 했는데 모노에서 두 분의 상황에 맞게 재직자, 사업자로 나누어 각각 준비해야할 서류를 따로 알려주셨습니다. 학생인 제가 준비해야할 서류도 물론 알려주셨구요. 비자인터뷰를 신청하거나 그 과정에서 fee를 지불하는 등 행정적인 업무는 모노에서 전적으로 대행해주셨기 때문에 걱정 없었습니다. 재정서류도 발급받는 곳과 중요도 등을 세밀하게 안내받은 덕분에 헤매지 않고 일주일 안으로 빠르게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. 부족한 성적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질문들에 모범적인 방어 답변을 제시해주셨고 오티 때 대면 연습을 진행했으며 이후에도 비자인터뷰 당일날까지 전화상으로 인터뷰 연습을 함께 해주셨습니다.
저는 평일 낮 12시 30분 예약이었고 12시를 조금 넘어 대사관 밖으로 줄을 섰습니다. 사람들이 많아 외부에서 줄을 30분 정도 섰는데 정말 더웠어요. 모노에서 준비해준 서류들과 여권, 휴대폰만 지참한 상태라 외부에서 여권 확인 후 바로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. 보안검색대를 지나 휴대폰을 제출하고 2층으로 올라가 줄을 한 번 더 섭니다. 내부는 에어컨 바람으로 꽤 춥습니다. 재정서류 등 타 서류는 제외하고 모노에서 비자사진 한 장과 함께 클립으로 찝어준 기본서류들만 점검을 하게 되는데 많은 분들이 미리 알맞게 준비하지 않았던 건지 확인하시는 분이 굉장히 지쳐 시니컬해져 보이셨습니다. 제 서류를 보시더니 ‘이 분이 엄청 잘 준비해오셨다’면서 별안간 제 뒷줄 사람들에게 제 서류를 보여드리며 큰 소리로 이 서류를 따라 미리 준비해놓으라며 제 서류로 안내를 잠시 하시더라구요. 모노에서 정말 완벽하게 준비해주셨구나 느꼈습니다. 이후에 한 번 더 기본 서류를 확인하고 여권에 스티커를 붙이는 줄을 섰고 별 문제 없이 통과한 이후 지문찍는 곳까지의 줄을 한 번 더 길게 섰습니다. 지문 찍는 곳에서는 I-20를 확인하고 양 손 지문을 찍은 뒤 인터뷰 줄로 이동했습니다.
인터뷰 줄에 대기하면서 총 네 명의 인터뷰어들을 볼 수 있었구요 앞사람 인터뷰가 빨리 끝나는 자리로 배정됩니다. 저는 굉장히 좋은 인상의 남성분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. 성적이나 재정문제 등 걱정은 있었지만 그에 대비해서 많은 연습을 했던 터라 크게 긴장이 되지는 않았어요. 인터뷰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. 모두 영어로 진행됐습니다.
Hello. Good Aternoon.
Hello.
(여권과 I-20만 건네고 다른 서류는 요청하지 않았습니다.)
미국에 왜 가는거야?
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as known as FIT에 패션공부하러 갑니다.
favorite fashion designer 누구야?
좋아하는 디자이너요? (살짝 당황해서 한 번 되묻고) 알렉산더 맥퀸.
알렉산더 누구?
알렉산더 맥퀸.
성이 뭐라고?
(마이크에 대고 더 큰소리로) 맥퀸! 알렉산더 맥퀸.
아~ 알렉산더 맥퀸. 스웨덴 사람인가?
아뇨. 영국인입니다.
나도 맥퀸 좋아해. (본인 심장을 저격한다는 뉘앙스의 농담 하면서) 맞지?
(농담을 잘 못알아들었지만 대충 추임새 넣어주면서) 네네ㅎㅎ
고등학교 막 졸업했어?
아니요. 2년 전에 졸업했습니다.
그럼 이번이 fit에서 첫학기야?
이미 비대면으로 한 학기 수업했어요.
그렇구나. 네 비자 승인됐어.
Thank you.
이정도로 진행됐구요, 체감상 1분 안 걸린 거 같아요. 알렉산더 맥퀸으로 농담도 하시고 분위기가 많이 풀어진 상태라 정말 후루룩 끝났습니다. 다만 목소리를 크게 낸다고 생각했는데도 쌍방 마스크에 투명가림판까지 있어서 소리가 잘 들리지도 않고 또 잘 전달되지도 않습니다. 사실상 맥퀸 성을 전달하는데 인터뷰 시간의 절반 가량을 썼어요. 대체로 아주 호의적인 분위기였습니다. 줄 서면서부터 저 분이 인상이 좋으시다 생각했는데 제가 운 좋게 잘 배정받은 거 같네요. 여권과 I-20를 제외한 서류는 보지 않았습니다. 하지만 대기하면서 본 옆에 다른 분은 이것저것 서류 검사를 꽤 하셨습니다. 정말 케이스바이케이스인 거 같아요. 저는 운이 좋았지만 까다로운 분께 배정받을 수도 있으니 많이 연습한다고 손해보는 일은 절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 많은 연습은 긴장감을 크게 완화시켜주기도 하니까요.
승인됐다고 알려준 이후에는 여권과 비자가 며칠 내로 갈 것이고 I-20는 네가 잘 보관해야한다 잃어버리면 안된다 하는 내용을 안내해주고 서로 굿바이 인사를 하고 대사관을 나갑니다.